영화 리뷰 <크리스마스의 기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다면 당신은?

영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산타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게 한다.

 

산타는 있습니다. 그럼요, 있고 말고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산타가 없다고 하죠? 그리고 산타가 없다는 사람들은 왜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주고받을까요? 그건 아마도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지만 안 믿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믿고 싶어도 믿지 않는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크리스마스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은 1947년 조지 시턴 감독이 연출한 클래식 명작으로,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믿음’이라는 주제를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원래 제목은 '34번가의 기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됐습니다. 1994년에 리메이크된 동명 영화 역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으며, 세대를 초월해 매년 겨울이 되면 다시 찾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산타클로스의 존재 여부를 다루는 동화적인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믿음, 순수함, 그리고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산타는 진짜 있을까? – 믿음의 시작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 메이시 백화점의 퍼레이드 준비로 시작됩니다. 역시나 백화점의 퍼레이드는 크리스마스가 왔음을 알리는 가슴 설레게 하는 이벤트죠. 그런데 퍼레이드에 참여할 산타 역 배우가 술에 취하자, 한 노신사가 대신 산타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이라고 소개하며 진짜 산타클로스라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겠죠. '그래, 그래. 아이들에게 진짜 산타라고 하는 게 훨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지.'라고 말이죠. 백화점의 매니저인 도리스 워커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의 여성으로, 어린 딸 수잔에게도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크리스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변화시킵니다. 그는 단순히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믿음’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영화는 ‘산타클로스는 진짜 존재하는가?’라며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속에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일 지도 모릅니다. 놀라운 건 크리스가 백화점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을 다른 가게에서 사라고 조언하는 장면입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행동이 훨씬 크리스마스 다운 일인 것 같지만 백화점은 '비싸'잖아요.

법정에서 벌어지는 기적 – 진심은 증명될 수 있을까

영화의 중심 갈등은 크리스가 정신이상자로 오해받아 재판을 받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산타클로스라고 믿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그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판단합니다. 만약에, 만약에요. 우리 앞에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이 산타클로스라고 하면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믿음’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자꾸 생각하게 합니다. 재판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특히, 한 어린 소년이 법정에 등장해 ‘산타에게 받은 편지’를 증거로 제출하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듭니다. 우체국 직원들이 수천 통의 편지를 법정으로 보내면서, 판사는 그 편지들을 증거로 인정하고 결국 크리스는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이 장면은 드라마적 반전이 아니라, ‘진심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믿기지 않는 진실을 믿게 합니다. "Faith is believing in things when common sense tells you not to." (믿음이란 상식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도 믿는 것이다.)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주제이자, 우리가 잊고 살았던 마음의 힘을 일깨워주는 명언입니다. 세상이 점점 이성적이고 계산적으로 변해가더라도, 인간의 삶에는 여전히 ‘믿음’이라는 감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전합니다.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 – 사랑과 희망의 회복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적을 보여줍니다. 도리스와 그녀의 딸 수잔은 크리스가 남긴 따뜻한 믿음의 흔적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찾습니다.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수잔은 크리스가 약속했던 ‘집’을 실제로 보게 되면서 비로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 장면에서 그녀는 조용히 말합니다. "I believe... I believe..." (믿어요... 정말 믿어요...) 그 짧은 대사는 영화의 모든 감정을 응축한 순간입니다. 순수한 믿음이 현실의 벽을 넘어, 진짜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죠. 도리스 역시 크리스를 통해 마음을 열고 사랑과 신뢰를 회복합니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기적은 초자연적인 일이 아니라 ‘사람의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에게 결국 ‘산타클로스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대신, 그는 사람들에게 믿음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냉정함을 ‘현실적’이라 말하죠. 이성적이어야 한다고요. 그러나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때로는 현실보다 더 강한 힘이 믿음 속에 있다”고요.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