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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플라이스(Splice)>는 2009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연출하고, 애드리안 브로디와 사라 폴리가 주연을 맡은 SF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유전자 조작과 생명 창조’라는 민감하면서도 흥미로운 과학 주제를 다룹니다. 생명을 창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그 놀라운 일을 한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러우면서도 무섭고 또 경이로울 것 같긴 합니다. 영화는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생명을 만드는 순간’ 어떤 윤리적 문제와 감정적 혼란을 겪게 되는지를 깊이 탐구합니다. 제목 ‘Splice’는 DNA의 절단과 결합을 뜻하며,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이 단어의 의미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생명공학자들의 위험한 실험
영화는 젊은 생명공학자 커플, 엘사와 클라이브가 주도하는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제약회사를 위해 여러 동물의 DNA를 결합해 새로운 단백질을 생산하는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 결과, 이상한 모양의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고 회사는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엘사는 단순한 동물 실험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DNA’를 추가해 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합니다. 정말 그것만은... 인간의 DNA를 추가한다는 건 선을 넘는 거죠. 클라이브는 처음엔 반대하지만 엘사의 호기심과 집착은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몰래 인간 유전자를 이용해 전례 없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냅니다. 그 생명체가 바로 ‘드렌(Dren)’입니다. 드렌은 태어날 때는 작은 생명체였지만 빠르게 성장하며 인간과 비슷한 외형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신체는 완전히 인간도, 완전히 동물도 아닙니다. 새의 날개, 양서류의 피부, 그리고 포유류의 지능을 동시에 갖춘 복합 생명체입니다. 그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죠. 영화에서는 그나마 덜 혐오(?)스럽게 만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렌은 자신을 만든 인간과 복잡한 감정 관계를 형성하고 결국 예측 불가능한 비극이 일어나게 됩니다.
영화 속 과학기술: 유전자 스플라이싱의 원리
영화의 핵심 기술은 제목과 같은 ‘스플라이싱(Splicing)’, 즉 유전자 재조합입니다. 유전자 스플라이싱은 실제 생명공학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기법으로, 한 생물의 DNA 일부를 잘라 다른 생물의 DNA에 연결하여 새로운 단백질이나 특성을 얻는 기술입니다. 생명윤리적 차원에서 매우 경계하는 기술이긴 하지만, 이 기술은 주로 인슐린 생산, 백신 개발, 질병 모델링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실험은 이를 극단적으로 확장한 형태입니다. 단순한 단백질 생산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에 응용한 것이죠.
현실적으로 인간의 DNA를 다른 동물과 섞어 완전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은 현재 과학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분적인 ‘유전자 융합’ 실험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 세포를 쥐의 배아에 주입하여 장기 재생을 연구하거나, 인간 단백질을 생성하는 돼지를 만드는 등 ‘키메라(Chimera)’ 연구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연구에 대한 뉴스를 접했을 땐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영화로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니 좀 섬뜩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드렌의 존재가 던지는 과학적 의문
영화 속 드렌은 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가정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만약 인간 DNA와 동물 DNA가 결합된다면 그 생명체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 하는 질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서로 다른 종의 DNA는 염색체 수나 유전자 발현 방식이 달라 제대로 결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발현 조절을 맞추면 일부 기능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드렌은 인간의 지능과 감정 표현 능력을 보이지만, 동시에 동물적 본능과 공격성을 보이죠. 이는 유전자가 단순히 생물의 형태만이 아니라 행동, 감정, 성향까지도 어느 정도 결정짓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둘째로, 영화는 인간이 ‘창조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과학은 생명을 복제하고 조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그 생명을 책임질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드렌은 자신을 만든 엘사를 어머니처럼 따르지만, 동시에 자신이 실험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이걸 느낀 순간 '배신감'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인간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실험은 결국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과학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오만’을 경고합니다.
현실에서 가능한 과학과 영화 속 상상력의 차이
현재 과학 기술로는 영화의 실험처럼 ‘인간-동물 혼합 생명체’를 완전한 형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분적인 유전자 조작, 세포 융합, 클로닝 기술은 이미 현실에 존재합니다. 특히 ‘줄기세포(Stem Cell)’ 연구와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정밀하게 수정할 수 있게 해주며, 이 기술을 이용해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면 언젠가 영화처럼 새로운 종을 창조하는 일이 가능해질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윤리적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생명은 단순한 유전자의 조합이 아니라 자아와 감정, 사회적 관계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딱 선을 긋기에 어려운 '존재'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생명을 ‘만드는’ 순간부터 그 생명에게도 권리와 존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영화 속 엘사와 클라이브는 드렌을 과학적 결과물로 보지만, 드렌은 스스로를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합니다. 과학이 이 수준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인간’과 ‘창조물’을 구분해야 할까요?
과학의 가능성과 그 뒤에 숨은 경고
영화 <스플라이스>는 유전자 조작과 생명 창조의 기술적 상상력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실험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과학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실험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겠죠. 영화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새로운 생명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생명이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늘날 유전자 조작 기술은 질병 치료, 식량 문제 해결, 장기 이식 등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신의 역할’을 흉내 내려는 시도는 '오만'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이 윤리를 잃는 순간,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 위험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호기심, 욕망, 사랑, 그리고 두려움이 얽혀 탄생한 드렌은 과학의 산물이자 인간의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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