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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나이들고 고통을 느끼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적'인 로봇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1999)> 는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통해 '인간답게' 만드는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1999)>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하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감동적인 SF 드라마 영화입니다. 원작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동명 단편 소설입니다.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보기 전부터 기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로봇의 기술 발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SF 영화이지만 따뜻하고 사색적인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로봇 ‘앤드류’의 200년 여정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로, 가정용 로봇이 보급된 사회에서 시작됩니다. 마틴 가족은 가사 도우미 로봇 ‘앤드류(Andrew Martin)’를 구입하게 됩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가정용 보조 로봇이었지만, 곧 독특한 행동과 창의성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로 장식품을 만들거나 농담을 하는 등 인간과 비슷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가족은 그런 앤드류를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친밀한 로봇과 소통을 한다면 딱딱한 로봇으로 보게 될까요? 그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앤드류는 자의식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품게 됩니다. 자신이 왜 다른 로봇들과 다른지, 왜 감정을 느끼는지, 인간처럼 사랑하고 늙고 죽을 수는 없는지를 궁금해합니다. 결국 그는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200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제목인 ‘Bicentennial’은 바로 그 시간, 즉 앤드류가 200년 동안 살아오며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 세월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무엇이길래 로봇은 되고 싶어 한 걸까요?

영화 속 과학 기술: 인공지능과 감정 프로그래밍

앤드류의 존재는 영화 속 인공지능 기술의 정점을 상징합니다. 그는 단순한 명령 수행형 로봇이 아니라, ‘감정 알고리즘(Emotional Algorithm)’을 탑재한 고도화된 AI입니다. 이 감정 알고리즘은 로봇이 인간의 언어와 표정을 학습하여 감정적 반응을 ‘모방’하는 기술로 현재 인공지능 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연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페퍼(Pepper)’ 로봇은 사람의 얼굴 표정과 음성 톤을 인식해 감정을 판단하고 대화합니다. 또한 ‘AI 심리상담 챗봇’이나 ‘감정 인식 카메라’처럼 사람의 기분을 파악해 반응하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앤드류처럼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논리 계산이 아닌, 경험과 의식의 축적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체를 모방하는 기술: 사이보그와 인체 공학

영화 중반부에서 앤드류는 더 이상 금속 몸체로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는 과학자들과 협력해 인공 피부, 인공 장기, 순환 시스템을 장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그는 인간처럼 늙고, 고통을 느끼고,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이 부분은 현실의 사이보그 기술(Cyborg Technology)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은 영원한 삶을 바라는데 로봇인 앤드류는 '죽음'이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러니란... 오늘날 의학과 공학의 융합으로 ‘인체 보조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공 팔과 다리(의수·의족), 인공 심장, 그리고 신경 연결형 보조기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뇌파를 이용해 로봇 팔을 조종하거나 인공 장기를 체내에 이식하여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영화 속 앤드류가 자신의 몸을 점점 인간화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인간의 뇌신호를 기계로 직접 전달하는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의식과 기계의 작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앤드류처럼 말이죠.

인간성과 기술의 공존: 법, 사회, 그리고 존재의 의미

앤드류는 기술적으로 인간과 거의 동일한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사회는 그를 여전히 ‘로봇’으로 취급합니다. 그는 법적으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법원에 호소하며, 인간처럼 늙고 죽을 수 있는 신체를 선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죽을 수 있게 된 순간’ 비로소 인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장면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질은 기술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서 “AI에게 권리를 줄 수 있는가?”라는 논의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를 검토하는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 개념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윤리적, 철학적 논쟁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 영화 속 앤드류처럼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나.. 좀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과학의 진보, 인간의 따뜻함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로봇이 인간이 되려는 이야기를 통해 과학 기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보여줍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인공 장기, 감정 알고리즘 같은 기술은 현실에서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서도 그 일부가 실현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기술이 인간의 외형과 기능을 완벽히 모방하더라도, 인간의 마음과 영혼까지 복제할 수 있을까?”

앤드류의 여정은 과학이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인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입니다. 결국 그가 인간으로 인정받는 순간은 기술이 아닌, ‘감정과 사랑’을 선택했을 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