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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들어서 바람도 쌀쌀해지면 얼큰한 국물이 들어간 음식이 떠오르죠. 수제비도 있고 칼국수도 있고, 정 없으면 라면 한 그릇. 아, 라면은 1년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긴 해요. 영화 <라따뚜이(Ratatouille, 2007)>는 픽사가 선사한 따뜻한 요리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음식'에는 뭔가 따뜻함과 사랑, 정성이 들어가잖아요. 감독 브래드 버드가 연출한 이 작품은 단순히 음식의 미학을 넘어, 꿈과 열정, 그리고 ‘진짜 맛’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요리를 사랑하는 쥐 ‘레미’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음식이 배를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임을 보여줍니다. 가을은 식욕의 계절이라 불립니다. 풍성한 재료가 넘쳐나고, 따뜻한 음식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 그래서 이때 <라따뚜이>는 단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입맛과 마음’을 자극하는 미식의 동화로 다가옵니다.
쥐지만 요리를 사랑한 레미의 여정
레미는 평범한 쥐들과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쥐들이 음식 찌꺼기를 훔쳐 먹는 데 만족하는 반면, 레미는 요리의 향과 질감, 재료의 조합에 집착합니다. 만약에 레미 같은 쥐만 많다면 쥐들은 막 집 안으로 들어오고 그렇겠죠. 영화적 설정 이긴 하지만 레미는 사람들의 요리책을 훔쳐 읽으며, 위대한 셰프 ‘구스토’의 철학을 가슴에 새깁니다. 구스토 셰프의 명언 중 하나인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Anyone can cook)”는 문장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미의 꿈은 쥐로서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이죠. 우선은 쥐가 다룰만한 만만한 재료들이 없어요. '음식'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진 움직임인데, 쥐가 자신보다 더 큰 재료들을 다룬다는 건 정말 어렵죠. 향식료도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인간들은 쥐를 혐오해서 주방에 쥐가 나타나면 곧바로 쫓아내기 바쁩니다. 결론은 그들만의 주방과 식재료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런 게 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어쨌든 그러던 어느 날, 레미는 우연히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구스토’의 주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어설픈 주방 보조생 ‘링귀니’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팀을 이루게 됩니다. 링귀니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라요. 그래서 레미를 만난 건 링귀니에겐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천부적인 미각을 가진 레미를 만나 그렇게 둘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놀라운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가을의 향기처럼 진하게 피어나는 음식의 예술
가을은 풍요로운 재료가 가득한 계절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음식’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레미가 만드는 요리들은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 그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라따뚜이’라는 요리 장면입니다. 라따뚜이는 대한민국으로 치면 요맘때가 되면 엄마가 남은 신김치로 부쳐준 '김치부침개'라고나 할까요. 평범한 채소 요리로 알려진 라따뚜이도 영화에서는 예술로 승화됩니다.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를 맛본 음식 평론가 ‘안톤 이고’는 한입 먹는 순간,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준 따뜻한 음식을 떠올립니다. 그 장면에서 관객은 음식이 단순한 맛을 넘어 추억과 감정의 문을 여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장면에서의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명언으로 남았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재료라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예술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레미의 철학이자,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요리는 기술보다 마음이 중요하며, 진심이 담긴 음식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거 든요.
레미와 링귀니, 그리고 진짜 요리의 의미
레미와 링귀니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며 성장합니다. 링귀니는 사람의 손으로 레미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레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의 지휘자’가 되어 음식을 완성시킵니다. 영화니까 망정이지 솔직히 쥐가 만든 요리, 아니 주방 안에 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꺼림칙한 건 사실이에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럽니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는 위기에 직면합니다. 사람들에게 레미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주방은 혼란에 빠지고, 링귀니는 자신이 정말 셰프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레미 역시 “쥐가 만든 요리”가 세상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을 거란 사실에 좌절합니다. 그러나 진짜 요리는 외모나 출신이 아니라 ‘진심’으로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듯, 결국 레미는 자신의 방식으로 주방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그가 만든 음식은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고, 평론가마저 감동시킵니다. 이때 등장하는 두 번째 명대사는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합니다.
“좋은 요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진짜 셰프는 그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다.” 이 대사는 요리가 단순히 기술이 아닌 ‘소통’임을 보여줍니다. 레미의 요리가 통할 수 있게 된 이유죠. 바로 행복을 주는 요리라는 거.
음식과 기억, 그리고 가을의 온기
가을은 감정이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영화 <라따뚜이>가 주는 감동은 바로 그 계절의 감성과 닮아 있습니다. 음식이 단지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추억을 되살리는 힘을 지녔다는 점이죠. 평론가 이고가 라따뚜이를 맛보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장면. 우리도 엄마가 늘 끓여주던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최고로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평론가 이고에게 “음식 한입에 과거가 살아난다”는 듯한 그 순간, 음식이 기억과 감정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레미는 쥐라는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열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로 요리할 용기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은 단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이 정한 틀을 넘어서 자신만의 맛을 내라는 응원입니다.
음식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라따뚜이>는 쥐가 요리를 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의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가을의 따뜻한 식탁처럼 이 영화는 마음을 데워주고, 삶의 열정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레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각자의 주방, 각자의 재료,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요리해 나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진짜 맛은 완벽한 레시피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순간’에서 태어나죠. 오늘은 금요일, 따뜻한 음식 한 접시 가족과 나눠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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