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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첫 장면은 걸그룹 헌트릭스가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몬스터를 물리친다. 이 장면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걸그룹 헌트릭스가 비행기에서 낙하하며 노래와 전투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딴지를 걸어보았다.

 

 

대한민국 노래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케이팝 걸그룹과 초자연적 존재의 전투를 결합한 독창적인 영화로, 한국 대중문화와 블록버스터적 액션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특히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가 비행기에서 몬터스(Monters)와 맞서 싸우며 자유낙하 중 노래와 전투를 병행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실제 항공의학과 고공강하 훈련 사례를 근거로 분석하면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와 핵심 장면

영화는 글로벌 투어를 진행 중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정체불명의 괴수 몬터스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몬터스는 기내를 공격하며 혼란을 일으키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헌트릭스 멤버들은 과감히 비행기 밖으로 탈출합니다. 이들은 자유낙하 상태에서 몬터스와 격투를 벌이며, 동시에 퍼포먼스와 노래를 이어가는 초현실적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후 지상에서 몬터스와 마지막 전투를 펼치며 인류를 위협하는 초자연적 존재를 물리치고, K-pop 아이돌이자 전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세계적인 파급 효과

케이팝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입니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와 같은 그룹들이 전 세계 음악 차트를 석권하는 가운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현상을 영화적 장르와 결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음악 산업뿐만 아니라 영화·패션·게임 산업에도 파급력을 미쳤습니다. 특히 SNS와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효과는 전 세계 팬들이 "케이팝과 초자연적 액션"을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서사와 세계관을 가진 종합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비행기 탈출과 스카이다이빙 전투의 현실성

영화 속 장면처럼 여객기에서 직접 뛰어내려 자유낙하하며 싸우는 것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상용 여객기는 대개 9,000~12,000m 상공을 비행하는데, 이 고도에서는 산소 농도가 지상 대비 25% 이하로 떨어지고, 기압은 극도로 낮아져 저산소증과 저체온증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항공의학 연구에 따르면, 고도 6,000m 이상에서는 산소마스크 없이는 3~5분 이내에 의식이 소실됩니다. 따라서 군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HALO(High Altitude, Low Opening) 점프 시에도 반드시 산소 장비를 착용합니다. 또한, 200km/h 이상의 낙하 속도에서 공기 저항은 엄청나게 커, 영화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자유롭게 바꾸거나 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 중 하나는 멤버들이 자유낙하 중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항공의학적으로 자유낙하 환경에서는 강풍 소리가 120데시벨 이상에 달해, 제트 엔진 가까이에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때 사람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으며, 호흡 또한 공기 저항으로 인해 원활하지 않습니다. 평지에서 뛰면서 노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실제로 미 공군 항공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8,000m 이상에서 자유낙하 시 산소마스크 없이는 정상적인 발성과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전문 다이버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는 확성기나 무선 송신기를 사용하며, 음성을 그대로 노래처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항공의학 자료와 실제 사례

항공의학(aviation medicine)은 고고도 환경에서 인간의 생리적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NASA와 미 공군의 자료에 따르면, 고도별 생리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고도 3,000m에서는 경미한 저산소 증상이 나타나고, 6,000m 이상에서는 인지 능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고도 10,000m 이상에서는 압력 유지 장치 없이 인간이 생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혈중 산소포화도가 급감해 의식 소실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여객기 객실은 약 2,000m 고도의 기압으로 유지되도록 압력 장치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처럼 비행기 외부에서 자유낙하 중 노래를 부르는 것은 항공의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합니다. 실제 스카이다이빙의 경우, 군사 훈련에서 HALO 점프와 HAHO(High Altitude, High Opening) 점프가 활용됩니다. HALO 점프는 고도 9,000m 이상에서 낙하 후 저고도에서 낙하산을 여는 방식으로 적진 침투에 활용되며, 이때 다이버들은 반드시 산소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프로 다이버들은 공중에서 팀 포메이션을 이루거나 곡예비행을 하듯 움직일 수 있지만, 영화처럼 악마와 전투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습니다. 헌트릭스는 아마도 초능력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런 멋진 일들을 처리해 내는 거겠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들을 통해 오히려 상상력의 힘을 강조합니다. 관객들은 현실의 제약을 알면서도, K-pop 걸그룹이 악마와 맞서 싸우는 비현실적 서사에 몰입합니다. 이는 영화가 제공하는 ‘현실적 타당성’보다 ‘문화적 판타지’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장면들은 실제 항공의학적 한계와 대비해 볼 때 흥미로운 분석을 가능하게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K-pop의 에너지와 세계관 확장을 위한 장치라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pop의 글로벌 영향력과 초자연적 액션,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독창적 콘텐츠입니다. 비행기에서의 스카이다이빙 전투와 노래는 항공의학적 한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영화는 이를 통해 새로운 판타지를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더 짜릿하고 멋있었던 것 아닐까요. 실제 항공의학 자료와 다이버들의 능력을 비교해보면 영화와 현실의 거리가 드러나지만, 동시에 콘텐츠가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이 영화는 K-pop이 단순한 음악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문화적 서사임을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