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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매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주는 남자의 이야기, 영화 <첫키스만 50번째>
영화 <첫키스만 50번째>는 달달한 사랑이야기로 시작해 끝까지 함께 가는 사랑을 하는 멋진 남자의 이야기다.

 

 

날씨가 겨울에 다가서니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의 감정은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이는 법이니까요.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 2004)>는 피터 시걸 감독이 연출하고, 아담 샌들러와 드류 배리모어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겨울이 오기 직전이면 무조건 따뜻한 곳 하와이로 떠난다는 지인이 있거든요. 그래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더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이 영화는 하와이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과 기억, 헌신이라는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담 샌들러가 출연하는 영화는 일단은 유쾌한 영화라는 것은 보장됩니다. 여기에 깜찍한 드류 배리모어가 함께 하는 영화이니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코미디 같지만, 그 속에는 달달한 사랑이라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 같죠. 매일을 새롭게 사는 인생, 기억을 잃은 여자를 매일, 처음 사랑에 빠지는 사이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울림을 줍니다. 영화는 웃음과 눈물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구조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이 다시 찾아보는 힐링 로맨스로 남아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그녀, 매일이 처음인 사랑의 시작

주인공 헨리(아담 샌들러)는 하와이에서 해양 동물원을 운영하며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남자입니다. 그는 진지한 사랑보다 가벼운 연애를 즐기는 타입으로, 매력적이지만 책임감은 부족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어느 날 그는 한 식당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 루시(드류 배리모어)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여인입니다. 드류 배리모어의 상큼한 웃음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두 사람은 단숨에 마음이 통하게 됩니다. 헨리는 다음날도 같은 식당에서 루시를 기다리며 그녀와 다시 대화를 나누지만, 놀랍게도 루시는 그를 모른 척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는 거죠. 일반적이라면 하루 만에 남자를 차버리는 그런 여자로 생각했을 텐데요. 다행히 헨리는 그녀가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해하고 넘어갈 뻔했지만 그녀가 교통사고 이후, 사고 당일의 기억까지만 유지하고, 다음날이 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 시점이 영화의 첫 번째 전환점입니다. 늘 처음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사랑에 빠지는 건 좋지만 '나의 사랑'을 매번 잊어버리는 여자와 한평생 같이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러나 헨리는 진심으로 루시를 사랑하고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매일 처음부터 다시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합니다. 우와, 이건 정말 인간승리 아닌가요. 아니 '진정한 사랑'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죠.

매일 반복되는 사랑, 그러나 진심은 변하지 않는다

헨리는 루시가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바나나로 장난을 치거나, 일부러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 그녀의 관심을 끌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행동에는 깊은 진심이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루시의 가족은 그녀가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돕고 있었지만, 헨리는 그 순환을 깨뜨리려 합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루시의 충격은 어떻게 해결할까... 그게 정말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헨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약에 루시가 자신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 큰 충격에 빠진다면 어떻게 하지? 헨리가 선택한 방법은 그녀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비디오테이프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매일 아침 루시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증거를 남기는 거죠. 아침에 일어나 매일 함께 생활하는 남편을 '처음'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놀라며 깨는 게 아니라 “당신은 기억을 잃었지만, 나는 매일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까지 담은 장면의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줍니다. 이렇게 멋진 남자라면 인생을 다 바쳐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헨리는  ‘사랑을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에 맞서 싸우는 사람’의 큰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는 현실의 벽을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삶을 선택하는 거죠. 이 영화의 감동은 루시가 헨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도, 그에게 향하는 감정이 매번 새롭게 피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진심은 기억보다 정말 강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기억보다 강한 사랑의 기적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감동의 정점을 찍습니다. 루시는 헨리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모르는 남자의 얼굴이 꿈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남자가 바로 헨리입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깊은 곳 어딘가에 그를 향한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것이죠. 루시는 자신의 병 때문에 헨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해 이별을 결심하지만, 헨리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루시에게 비디오를 통해 사랑을 다시 전합니다. 비디오 속에는 둘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고, 루시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루시는 배 위에서 눈을 뜨고, 낯선 바다와 헨리의 얼굴을 봅니다. 비디오를 본 뒤, 그녀는 자신이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다시 헨리와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현실과 기적이 만나는 지점 같습니다. 기억은 매일 리셋되지만,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첫 키스만 50번째>가 전하는 진짜 기적입니다. 헨리의 대사, "Nothing beats a first kiss." (첫 키스만큼 특별한 건 없어.)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매일 처음 시작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낭만적이겠죠.

이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따뜻한 대답을 줍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감정은 남고, 사랑은 매번 새롭게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와이의 푸른 바다와 밝은 햇살 속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기억보다 강한 진심’에 대한 찬가입니다. 결국 <첫 키스만 50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제 대답은요? 모르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