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십계>, 물벽이 세워지는 그 사이를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까?

영화 <십계>에서 한 민족이 이동할 수 있도록 홍해가 양쪽에 물벽을 만드는 자연 현상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보았다.

줄거리

 

찰턴 헤스톤 주연의 영화 <십계>는 성경의 출애굽 이야기를 웅장한 영상과 연기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애굽의 핍박을 받는 이스라엘은 400년 노예 생활을 끝으로 모세의 지도하에 애굽을 탈출합니다. 10가지 재앙을 당한 애굽이 결국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떠나라고 하지만 곧 후회한 바로왕이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의 뒤를 따라옵니다. 잡히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이 홍해 앞에 도착했을 때는 진토양난의 상황. 이때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를 하면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게 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인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영화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모세의 지팡이를 들자 바닷물이 양 옆으로 갈라지고 이스라엘 백성은 마른땅을 건너 탈출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물이 갈라져 벽으로 서 있는 이 장면은 역사적 서사와 장엄한 연출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에게 강한 감동을 줍니다.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이 특히 궁금해집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애굽 군대가 뒤따르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홍해의 가운데가 갈라지고 양쪽에 물이 벽처럼 세워져야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가능한지,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유체역학적 원리 '바람 세트다운'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현상은 ‘바람 세트다운(wind setdown)’이라는 유체역학적 원리에 의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NCAR(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와 콜로라도대 연구진이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동풍이 밤새 강하게 불어 물을 한쪽으로 밀어내면, 얕은 호수나 사구 지형에서는 물이 빠져나가 육지처럼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들은 63마일/시(약 101km/h) 정도의 바람이 약 12시간 지속될 경우, 수심 약 6피트(약 1.8m)의 얕은 호수에서 폭 3마일, 길이 2–2.5마일 정도의 마른땅 통로가 열릴 수 있다고 모의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바람이 멈추면 물은 다시 밀물처럼 빠르게 돌아오며, 뒤따르는 자들을 덮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로, 러시아의 연구진(Volzinger와 Androsov)은 허리케인 강도(최소 74마일/시)의 바람이 수중 암초를 드러나게 할 수 있었을 거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이 역시 홍해 건너기를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중 하나입니다 

 

물벽 사이 마른 땅 통로가 가능한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과학적 설명은 여전히 ‘기적’이라는 종교적 서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자연적 구성 요소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핵심은 ‘성스러운 타이밍’과 ‘정확한 바람 조건’에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바람에 의해 물벽이 세워져 사람들이 자력으로 지나가는 것이 가능한지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바람 세트다운 현상은 실제 물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반대편에 낮은 수심의 통로를 형성할 수 있는 자연현상입니다. 특정 조건(강한 동풍, 얕은 수심, 지형 등)이 맞으면 ‘물벽 사이 마른땅 통로’가 열릴 수 있습니다. 둘째, 사람이 그 통로를 따라 자력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론상 충분히 가능합니다. 특히 당시 이스라엘 백성처럼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고도 몇 시간 유지되는 조건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셋째, 이러한 자연현상이 ‘기적’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적적 경험이 자연 현상과 맞물려 발생했을 수 있음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한 해석입니다.

 

따라서 영화 <십계> 속에서 모세가 손을 들어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과학적으로 ‘바람 세트다운’이라는 강한 바람이 물을 밀어내어 길을 만든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력으로 그 길을 건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하지만 때에 맞는 그런 바람이 분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이기는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