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트릭트 9(District 9)>,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의 융합의 무게 중심은 양심

영화 <디스트릭스>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생체 기반 무기'는 실제로 지문이나 홍체를 인식해 작동하는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영화 리뷰, 특히 SF영화 리뷰를 하다 보면 사람의 상상력은 끊임없다는 걸 느끼기도 하면서 그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는 정말 무섭다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은 닐 블롬캠프 감독이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한 독특한 SF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정체불명의 외계인 우주선이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피난민으로 인류의 보호를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 사회의 차별과 착취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외계 생명체는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수용소인 ‘디스트릭트 9’에 격리되어 살게 되고, 정부는 그들의 이동과 생존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니까요. 그런데 '내'가 그 통제의 대상이 된다면 말은 또 달라집니다. 주인공 비쿠스 반 데 메르는 외계인 강제 이주 명령을 집행하던 정부 요원이지만, 임무 중 외계의 물질에 노출되어 서서히 외계인으로 변해갑니다. 바로 '통제의 대상'으로 말이죠.

외계 생체무기와 나노변이

영화 <디스트릭트 9>에서 볼 수 있는 핵심 과학 기술은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생체 기반 무기입니다. 이 무기는 인간이 사용할 수 없으며, 오직 외계 생명체의 DNA와 결합해야만 작동합니다. 비쿠스가 외계 물질에 감염되면서 자신의 DNA가 변이되고, 그로 인해 외계 무기를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설정은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의 융합을 상징합니다. 실제 과학에서도 유전자 편집(CRISPR-Cas9) 기술이 생물체의 특성을 바꾸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생체 무기는 생체 인식 무기 개념과 유사하며, 이는 현재 군사 기술에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외계 기술을 연구하는 장면은 현대의 생체공학 실험과 닮아 있습니다. 바이오닉스(Bionics)는 생물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인공 팔이나 나노로봇 등이 그 예입니다. 비쿠스의 변이는 이러한 기술이 인간 신체에 결합될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흥미롭게 바라본다면 영화 <마블 시리즈>처럼 슈퍼히어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죠. 한편  MNU 기업은 외계 기술을 군사적으로 악용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AI 무기나 생물학적 강화 기술의 윤리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지문이나 홍채를 인식해 작동하는 스마트건(Smart Gun) 시스템은 영화 속 기술이 현재에도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술들도 곧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죠.

과학 기술이 낳는 차별, 권력, 그리고 인간성

영화에서의 기술적 설정은 인간 사회의 차별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외계인들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폭력과 편견에 의해 철저히 통제당합니다. 비쿠스가 외계인으로 변하면서 겪는 고통은 기술이 인간 정체성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대요. <디스트릭트 9>의 제목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을 비판하는 의미를 지니며,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디스트릭트 9>은 외계와 과학기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인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춘 작품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인간의 윤리가 없다면 결국 또 다른 폭력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영화는 명확히 보여줍니다. 기술이 아닌 인간의 양심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메시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