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트랜센던스>, 모든 걸 분석하고 통합하는 AI가 대통령이 된다면?

영화 Transcendence (트랜센던스, 2014)는 월리 피스터(Wally Pfister)가 감독을 했고 잭 패글런(Jack Paglen)이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월리 피스터는 크리스토퍼 놀란 작품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인물로, 본작이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영화는 인공지능 연구자 닥터 윌 캐스터(조니 뎁 분)가 총격을 받고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동료들과 아내가 그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사람의 뇌가 업로드되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업로드된 윌은 급속도로 계산능력과 자원 접근을 확장하며 나노기술을 이용한 치유·재생·에너지 혁신을 실행합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처음 목적은 당연히 순수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병 치료와 환경 복원 등 긍정적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곧 통제 불능의 권력화와 프라이버시 침해, 지역사회·국가 수준의 갈등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는 개인 의식의 디지털화가 가져올 윤리적 문제, 권력 집중,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 붕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인간 의지와 기술적 ‘선의’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게 만들죠. 악용되거나 예기치 못한 사회적 변형을 초래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두렵기까지 합니다. 영화가 던진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성과 실효성에 대한 질문. 10년이 지난 지금 의존도는 훨씬 높아졌지만 영화에서 던진 질문에는 아직 대답을 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까?
완전한 '의식 업로드'와 자의식을 지닌 초지능 AI가 단기간에 발생하여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시나리오는 현재 과학적·기술적 한계로 보아 당장은 비현실적이기는 합니다. 뇌의 전체적 동작을 해독하고 그것을 동일한 방식으로 디지털로 재현하는 수준의 신경과학·계산역량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만 부분적 자동화, 강력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고도화된 예측·관리 AI는 이미 여러 공공·민간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들이 정치 과정에 통합되는 수준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AI 서비스, 챗GPT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빠른 판단을 위한 자료 수집을 도와주고 있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딥러닝·자연어처리의 결합으로 행정 의사결정 보조, 여론 분석, 정책 시뮬레이션 등에서 AI의 역할은 확장 중입니다. 또한 사이버 인프라를 통해 사실상 ‘의사결정 권한’을 대행하는 알고리즘이 특정 상황에서 정치적 파워를 갖는 사례(예: 자동화된 정보확산·여론조작 툴, 정책 추천 시스템의 우선 채택)는 이미 관찰 가능합니다.
현실에 AI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1) 정책 결정의 효율성 증가: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 능력으로 복잡한 정책 옵션을 빠르게 평가해 효율적·과학적 근거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행정 처리 속도와 자원 배분의 최적화가 기대됩니다. 2) 책임·투명성의 위기: 알고리즘의 결정 과정은 종종 불투명하고 해석이 어려워 '누가 책임지는가'의 문제가 생깁니다. 오류·편향·악용 사례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죠. 3) 민주주의·정치적 정당성 약화: 유권자의 민주적 선택권이 기계적 권고에 의해 축소되거나, AI가 여론 조작·프라이버시 침해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다면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됩니다. 시민 참여와 공론장이 약화될 위험이 큽니다. 4) 사회적 불평등 심화: AI를 설계·통제하는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면 기술적 엘리트가 정책·자원 배분을 좌우해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평등을 위해 사용할 것 같은 AI가 오히려 역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게 되는 거죠. 5) 보안·이중사용 위험: 정치적 권한을 가진 AI는 해킹·조작의 표적이 되며, 외부가 이를 장악하면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직결됩니다. 6) 윤리적·법적 제도화 요구: AI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려면 투명성 규정, 책임성 확보, 알고리즘 감사, 시민 통제 장치 등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합니다.
결론 및 권고
영화 트랜센던스는 기술의 낙관과 위험을 극적으로 제시하며, AI가 정치적 권한을 가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사회적 파국을 경고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AI 정치 지도자' 출현은 먼 미래이지만, AI의 정치적 영향력 증가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는 기술 도입의 장점(효율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위험(투명성 결여, 책임 회피, 불평등, 보안 위협)을 균형 있게 관리할 규제·감시·참여 메커니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람을 위해 개발한 AI의 족쇄에 사람이 걸려들어 AI의 통제를 받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카렐 차페크의 <로봇(R.U.R>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의 이야기로 경고를 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