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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흐르는 강물처럼>, 강물의 흐름을 따라 흘러갈 것인가, 거스를 것인가

영화 리뷰하는 앨리스 2025. 11. 3. 12:01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흘러가는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가을을 사색하게 하는 영화다.

 

 

포스터만 봐도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가을을 맞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죠.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은 미국 문학의 서정적인 정서를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작품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크레이그 셰퍼, 톰 스커릿이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노먼 맥클린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앞서 소개한 영화 <가을의 전설> 처럼 브레드 피트의 매력이 마구 뿜어져 나온 영화입니다. 이 영화 역시 공간적 배경은 몬태나 주의 자연입니다.  20세기 초반 몬태나 주의 자연과 가족, 그리고 형제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조용히 비춰줍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인생을 거대한 강물의 흐름에 비유합니다.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그 속에서 인간은 사랑하고, 후회하고, 성장합니다.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흘러가는 가을을 사색하게 하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형제의 이야기로 시작된 한 편의 인생 회상

영화는 목사인 아버지(톰 스커릿)와 그의 두 아들 노먼(크레이그 셰퍼), 폴(브래드 피트)의 시선으로 펼쳐집니다. 아버지는 독실한 장로교 목사로, 자연과 신의 섭리를 믿으며 자녀를 키웁니다. 그는 설교만큼이나 ‘플라이 낚시’를 중시하는데 그에게 낚시는 신의 질서와 인생의 교훈을 배우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노먼은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장남이며, 폴은 반대로 자유롭고 도전적인 영혼을 가진 인물입니다. 역시나 브레드 피트와 어울리는 역이죠. 두 사람은 성격이 달라 자주 부딪히지만, 결국 강가에서 함께 낚시를 할 때만큼은 하나가 됩니다. 성격이 다른 형제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취미죠. 영화의 초반부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형제의 관계를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의 인생은 ‘강’과 함께 흐르고, 강물은 곧 그들의 성장과 변화를 상징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폴은 젊음과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그의 미소와 낚시 장면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입니다. 브래드 피트의 백만불 미소가 여기서도 마구 뿌려집니다.

자연, 인간, 그리고 신의 질서

<흐르는 강물처럼>은 가족 영화인 것 같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는 ‘자연 속 질서’에 대한 존중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늘 말합니다. “우리는 강물 위에 서 있지만, 신의 손길 아래에 있다.” 이 말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합니다. 플라이 낚시는 영화 속에서 삶의 리듬을 상징합니다. 낚싯줄이 물살 위를 그리며 리듬을 타는 모습은 마치 기도문을 읊조리는 듯한 평온함을 전해줍니다. 노먼과 폴은 이 낚시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며, 자신들의 한계를 마주합니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플라이 낚시를 하는 장면은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힙니다. 그 장면이 영화 포스터에 담기기도 했고요. 그는 햇살에 비친 강 위에서 낚싯줄을 돌리고, 카메라는 그 장면을 천천히 따라갑니다. 물결의 반짝임, 바람의 속삭임, 그리고 낚시꾼의 집중은 마치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바로 ‘대사보다 조용한 장면에서 울림이 오는 감정’입니다. 대화보다는 흐르는 물소리와 하늘빛, 그리고 시선의 교감으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형제의 사랑과 인간의 한계

영화가 중반부에 들어서면 두 형제의 인생은 다른 길로 나아갑니다. 노먼은 대학을 마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폴은 도시로 나가 신문 기자로 일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합니다. 그러나 폴의 자유는 점점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도박과 술에 빠지고, 위험한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갑니다. 가족은 그를 걱정하지만, 누구도 그를 바꿀 수 없습니다. 노먼은 형제애로 그를 지키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스스로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장면은 노먼이 나중에 폴의 죽음을 전해 듣는 순간입니다. 폴은 싸움 끝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시신은 강에서 발견됩니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카메라는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를 비추며 말없이 슬픔을 전합니다. 정말 슬프죠. 이 장면에서 관객은 깨닫습니다. 인생은 강처럼 흘러가고, 때로는 아무리 사랑해도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노먼은 동생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강가를 찾아 낚시를 합니다. 그것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자, 삶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식처럼 보입니다.

기억과 흐름, 그리고 시간의 철학

영화의 마지막은 늙은 노먼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는 혼자 낚싯대를 던지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의 목소리로 나지막이 흐르는 내레이션은 인생의 모든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Eventually, all things merge into one, and a river runs through it.”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합쳐지고, 그 가운데 강이 흐른다.) 이 명대사는 영화의 정수를 표현합니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 이해와 오해는 결국 시간 속에서 하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출은 이 문장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햇빛이 강물 위에서 부서지고, 물결이 흘러가는 장면은 인생 그 자체처럼 느껴집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은 단지 자연의 이미지를 뜻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감정, 기억, 그리고 삶의 순환을 상징합니다. 인생도, 삶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이해하려 애쓰며,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강물처럼>은 아버지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 두 아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폴은 자유의 상징이자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며, 노먼은 이해와 용서의 상징으로 남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구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답은 명확하지 않지만,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그저 사랑하라, 그리고 흘러가라. 강물처럼.” 가을의 햇살 아래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