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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왓 위민 원트>, 여자의 속 마음을 훔쳐보려다 진짜로 듣게 된 남자 이야기

영화 리뷰하는 앨리스 2025. 11. 13. 23:34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lt;왓 위민 원트&gt;.
영화 <왓 위민 원트>는 '여자들의 속 마음을 완벽하게 듣는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려고 완벽하게 노력하는 남자'로 변하는 이야기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알거나,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알면 좋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다면 그 연애는 순조로울까요? 음... 바로 '좋다!'라고 대답하기 참 힘이 듭니다. 하지만 물건을 팔기 위해, 혹은 고객사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좋다고 대답할 겁니다.  영화 <What Women Want(왓 위민 원트, 2000)>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연출하고, 맬 깁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제목 그대로 ‘여자가 원하는 것’을 주제로 삼은 이 영화는 '여자들의 속 마음'을 완벽하게 듣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남녀의 심리 차이를 유쾌하게 풍자하기도 하는대요. 2000년대 초반, 미국 사회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주인공이 치고 올라오는 여성을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 끝은 참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됩니다. 

생각을 읽게 된 남자, 혼란 속의 깨달음

주인공 닉 마셜(맬 깁슨)은 광고업계에서 잘나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지만, 동시에 자만심과 남성 중심적인 사고로 가득한 인물입니다. 여성들은 그를 매력적인 남자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는 진심으로 여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던 시절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닉은 회사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광고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니 소비자로서의 구매력도 높아졌기 때문이죠. 여성의 마음은 누가 잘 알까요? 당연히 여자가 잘 알겠죠. 잘 나가는 남자 닉에게 새로 부임한 여성 상사 달라(헬렌 헌트)는  “여성의 시각으로 사고하라”라고 주문합니다. 구매력이 높아진 여성 고객을 꽉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닉은 여성을 데이트나 즐기는 상대로 여겼지 '고객'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상품을 팔기 위해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해 볼 생각은 없었던 거죠. 그의 명성에 금이 갈 순 없으니 그는 비웃듯이 여성용 제품들을 집에 가져갑니다. 여성들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서요. 다리의 털을 없애기 위해 제모 테이프를 사용해 보고 스타킹을 신어보고 그러다가 우연히 감전 사고를 당합니다. 잘못했다간 황천길로 갈 뻔했죠. 하지만 감전 이후 닉은 기이한 능력을 얻게 됩니다 — 바로 ‘여성의 마음속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당황한 그는 거리의 여자들이, 카페의 손님들이, 심지어 자신의 딸까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생하게 듣게 됩니다. 세상에 속으로 떠드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생각이 한꺼번에 들려온다면... 와, 장난 아니겠는데요. 이 능력은 그를 정신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 상사가 맡긴 '광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요? 여자들의 속마음을 다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아니,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여자 상사의 속 마음을 훔쳐서 자기 것으로 위장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마음을 읽으며 배우는 진정한 공감

여성의 마음을 읽는 능력. 닉은 처음엔 이 능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합니다. 경쟁자인 달라의 생각을 읽어 그녀보다 앞서가고,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 광고에서 큰 성공을 거두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여성들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와 불안을 안고 사는지 깨닫습니다. 특히 인턴으로 일하던 젊은 여성 에린의 내면을 들으며, 닉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에린은 회사에서 존재 자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죠. 닉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성공’보다 ‘타인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그는 점점 변하기 시작하죠. 여성의 생각을 읽는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그 능력 없이도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말이죠. 특히 상사인 달라와의 관계에서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달라는 능력 있고 독립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던 닉, 그러나 알고봤더니 달라는 이전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감과 불안이 공존하는 여성'이었던 겁니다. 닉은 그녀의 생각을 읽으며 점점 그녀에게 진심으로 끌리게 됩니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알아가게 됩니다. 

진심으로 듣는 법을 배운 남자

영화의 마지막은 닉의 변화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그는 더 이상 여성을 이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능력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지만, 닉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마음을 읽지 않아도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는 달라에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며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내가 네 생각을 들었어. 하지만 이제는 네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달라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 내가 그런 말을 듣는다면? 내 속마음을 들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상대방을 진심으로 믿어줄 수 있을지도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닉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자만한 남자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달라가 닉에게 웃으며 손을 잡는 순간, 영화는 유쾌하게 끝나지만 동시에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해’는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What Women Want>이란 제목을 봤을 때 '여성의 속을 도대체 모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로 바뀌게 됩니다. 맬 깁슨의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연기, 헬렌 헌트의 지적인 매력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단순히 ‘여자의 마음을 읽는 남자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여전히 많은 공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