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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비틀쥬스>, 어둡고 기괴하다고? 좀 다를 뿐인걸?

영화 리뷰하는 앨리스 2025. 11. 11. 07:38

 

영화 &lt;비틀쥬스&gt;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며 모두가 '다름'을 인정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기괴하고 이상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 <비틀쥬스>

 

역시나 팀 버튼 감독다운 영화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죠. 독특한 상상력과 표현, 그리고 삶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라고나 할까요. 영화 <비틀쥬스(Beetlejuice, 1988)>는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기묘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블랙코미디입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각효과와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죽은 자에 대한 표현은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정말로 독특하게 등장하거든요. 팀 버튼 특유의 고딕풍 유머 감각이 집약된 작품입이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는 현실과 사후 세계가 뒤섞인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해프닝을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를 진지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려냅니다. 주연 배우 마이클 키튼의 괴짜스러운 연기는 잊지 못할 정도, 또한 위노나 라이더의 이지적인 모습이 영화 속 분위기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컬트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죽음 이후의 세상, 기묘한 이웃과의 동거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젊은 부부 애덤과 바버라 메이틀랜드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살던 중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정말 운이 없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거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죽어 유령이 됐음을 깨닫게 되죠. 얼마나 놀랄까요. 귀신, 그러니까 죽었지만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딱 알게 됐을 때... 정말 상상하기 싫죠. 어쨌든 이젠 자신들은 죽었고 그들이 살던 집이 다른 사람들에게 팔려 새 주인 ‘딧츠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됩니다. 새로운 이웃은 자신들과는 정반대의 취향을 지닌 도시인들입니다. 뭔가 문제가 일어날 것만 같죠? 예술과 뉴욕 감성으로 가득 찬 그들의 모습에 메이틀랜드 부부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들은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딧츠 가족을 쫓아내려 합니다. 일명 '유령 놀이'. 그런데, 순진한 그들만으로는 사람을 놀라게 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결국 그들은 ‘죽은 자의 세계’에서 유명한 문제아 퇴마사 ‘비틀쥬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늘 있죠. 누구와 계약을 하게 되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비틀쥬스라니요. 비틀쥬스는 단순한 유령이 아닙니다. 그는 거칠고 장난스러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이 거든요. 이름을 세 번 외치면 나타나고, 세 번 부르면 사라지는 독특한 규칙을 가진 그는 전통적인 공포 영화의 귀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영화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유머와 혼돈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기괴함 속의 유머, 팀 버튼의 상상력 세계

<비틀쥬스>는 공포나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상상력과 블랙유머가 결합된 ‘기이한 동화’에 가깝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거나 슬프지 않고, 오히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장난스럽게 넘나들며 풍자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사후 세계 사무국’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죽은 자들이 번호표를 뽑고, 생전의 사고방식 그대로 행정 처리를 받는 모습은 사실 좀 웃깁니다. 누구도 그런 '사후 세계'를 상상해보진 않았을 테니까요. 이 장면은 현실 사회의 관료주의를 풍자하는 장면으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비틀쥬스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약 20분 남짓한 출연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 그는 무질서하고 방탕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매력적인 인물로, 혼란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리디아’는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입니다. 리디아는 어두운 옷을 입고 세상과 거리를 둔 외로운 소녀로,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 영화의 해결사이기도 하죠.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영화 속 유일하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리디아의 대사는 어떻게 보면 좀 씁쓸하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I myself am strange and unusual." (저는 스스로 이상하고 기묘한 사람입니다.) 이 문장은 팀 버튼 영화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로 평가받습니다. 사회가 ‘이상하다’고 부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좀 다를 뿐이라는 따뜻한 시선도 들어있습니다.

비틀쥬스가 남긴 메시지 – 기괴하지만 인간적인 이야기

영화는 결국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메이틀랜드 부부는 유령이 된 이후에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리디아는 죽은 자들을 통해 살아 있는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비틀쥬스는 혼란의 중심이지만, 그의 존재 덕분에 인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화면 전체가 밝거나 산뜻하거나 즐거움이 묻어 나오지 않는데도 이 영화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이상함을 받아들이는 용기’, ‘다름을 인정하는 따뜻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는 정말 이상한 것들 투성이거든요. 벌레부터 시작해서 줄무늬 양말처럼 생긴 뱀, 몸통이 위아래 따로 떨어진 여인, 비틀쥬스의 튀어나오는 눈알 등 팀 버튼은 괴물 같은 외형 속에 인간적인 감정을 심어 넣은 연출을 했습니다. 비틀쥬스는 하나의 캐릭터 그 이상으로 만들어냈고요. 시각적으로 정말 독창적인 영화죠.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지?'하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고딕풍 인테리어, 초현실적인 색감, 어두운 유머로 가득 찬 장면 연출은 이후 팀 버튼이 만든 <가위손>, <유령 신부> 등 여러 작품의 시각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1989년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하며 그 창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결국 <비틀쥬스>는 괴상함 속에 숨겨진 인간적인 따뜻함을 그린 영화입니다. 죽음조차도 웃음과 유머로 표현하며,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어두운 상상력은 오히려 인간적인 온기를 품고 있으며, 그 점이 이 영화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의 기준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작은 응원의 메시지, 그리고 '좀 같이 잘 살아라'는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꼭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떠오르는 영화 중 한 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