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마이 걸>, 첫 사랑의 아픔과 성장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영화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황순원의 '소나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풋풋한 사랑과 함께 아픔도 다루거든요. 그렇다면 영화에서는 <마이 걸(My Girl)>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1991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성장 영화로,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첫사랑의 아픔을 동시에 담아낸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스티븐 크즈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안나 클럼스키와 맥컬리 컬킨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큰 눈망울의 안나 클럼스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 우리의 마음도 순수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아집니다. 하지만 단순한 청춘 영화로 보기엔 너무 따뜻하고, 또 너무 아픈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성장’이라는 주제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되살려 줍니다.
순수한 소녀의 시선으로 본 세상
영화의 주인공 베이다는 11살의 소녀로, 장의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에 ‘죽음’이라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성장하죠. 그래서 베이다는,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베이다의 유일한 친구는 소심하지만 따뜻한 소년 토마스입니다. 둘은 여름 내내 함께 놀며 서로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죠. 이들의 우정은 첫사랑처럼 미묘하고, 가족보다도 진실된 관계로 그려집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와 함께한 그 여름날의 장면들은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 보는 듯한 따뜻한 향수를 자아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베이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사랑, 죽음, 어른들의 세상은 복잡하면서도 순수합니다. 우리는 베이다를 통해 어릴 적 느꼈던 ‘이유 모를 슬픔’과 ‘작은 행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첫사랑의 아픔과 성장의 순간
영화의 중반부는 베이다와 토마스의 관계가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웃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비밀스러운 약속을 나누며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여름은 너무 짧았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며, 베이다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 그녀는 세상이 얼마나 냉정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죠. 토마스의 죽음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베이다가 ‘성장’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베이다가 장례식장에서 친구를 보며 “그는 내 반지 때문에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대사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장면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현실의 비극과 맞닿을 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경험을 통해 베이다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처럼 <마이 걸>은 단순히 눈물을 자아내는 슬픈 영화가 아니라, 성장과 회복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추억을 되살리는 따뜻한 감성의 영화
<마이 걸>의 가장 큰 매력은 ‘추억’ 그 자체입니다. 영화는 197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아날로그 감성과 따뜻한 색감을 통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친구와 함께 뛰놀던 여름날의 햇살, 강가의 반짝이는 물결, 자전거의 바람 냄새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영화 속 어른들의 모습 역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어머니 같은 인물 셸리는 베이다의 감정을 이해하며 그녀의 성장을 돕습니다. 인생의 슬픔과 사랑이 공존하는 따뜻한 세계를 보여주며, 이 영화는 세대를 초월한 감정의 교감이라는 주제를 전합니다. <마이 걸>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 친구와의 웃음, 첫사랑의 설렘, 그리고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잃어버린 여름’을 되찾아주는 시간여행과도 같습니다. 단 한 번뿐인 어린 시절의 소중함과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 걸>은 성장의 아픔과 추억의 따뜻함을 함께 그려낸 감성 명작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순수했던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의 사랑과 상실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베이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임을 배웁니다. 어린 시절의 감정, 첫사랑의 떨림, 그리고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살아납니다. 삶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 영화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따뜻하게 기억되는 영원한 성장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