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겨울왕국>, 전 세계의 겨울 음악을 책임졌던 OST ‘Let It Go’의 힘

한동안 전 세계 겨울의 음악을 책임졌던 영화 <겨울왕국>의 OST. 물론 지금은 영화 <케데헌>이 꽉 잡고 있지만 한 때를 주름잡던 OST라 세대를 불문하고 부를 줄 알던 노래가 바로 <겨울왕국>의‘Let It Go’입니다. 확실히 OST를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겠죠.
영화 <겨울왕국>의 OST는 캐릭터의 감정과 스토리 전개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는 핵심 장치였습니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때 영화 <겨울왕국>의 OST가 귓가에 다시 맴도는 이유를 한 번 살펴볼까요.
‘Let It Go’가 보여준 엘사의 정체성 해방
‘Let It Go’는 엘사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사실 이 말은 엄마 말을 슬슬 듣지 않기 시작하는 '꼬마'들의 전유물이자 사춘기 청소년이 지들 부모와 맞받아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잖아요. 바로 자유 선언이자 자기 인정의 순간을 담고 있는 말인데요. 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엘사가 평생 억눌러왔던 힘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전환점입니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까지 엘사는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지만, 눈보라 속에서 점차 마음의 억압을 스스로 끊어냅니다. '공주'라서 자유롭게 말하지도, 놀지도 못했던 엘사가 노래를 하면서 감정 변화를 정확 표현하죠. 노래 역시 처음에는 낮고 조심스러운 시작이 이어지고, 곡이 전개되며 강한 비트와 고음으로 상승하면서 엘사의 자유가 확장됩니다. 특히 얼음 궁전이 만들어지는 장면에서 음악과 화면이 완벽하게 일치하며 서사적 해방감을 극대화합니다. 자기만의 왕궁을 만들어 올리는 이 장면은 듣고 보는 동안 가슴이 확 트이는 감동까지 전해줬다고 할까요. 엘사는 자신의 힘을 ‘저주’가 아니라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 전하는 자매의 거리
언니 엘사가 있는 방 문을 노크하는 귀여운 '안나'의 이 곡은 자매가 어린 시절부터 점점 멀어지는 감정적 거리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노래는 애절한 멜로디에 맞춰 안나가 엘사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죠. 조조심스럽게 문을 노크하는 안나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했어요. 자매는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니었죠. 다만 언니 엘사가 동생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를 가둬버린 거였습니다. 안나가 문 앞에서 간절히 말을 걸 때 카메라는 문을 경계로 두 자매의 단절을 강조합니다. 음악은 그 감정을 더욱 강화합니다. 중간중간 시간의 흐름이 이어지며 자란 안나의 목소리가 바뀌고, 동생의 외로움과 슬픔이 점차 깊어지는 모습은 OST의 감정선과 완전하게 일치합니다. 언니와 다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 노래는 '함께 놀자'라는 투정보다는 '언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외로운 동생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큰걸 바라지 않고 어렸을 때처럼 눈사람을 만들며 곁에 있어달라는 동생의 마음이 보여서 한편으로는 슬픈 곡이기도 해요.
영화의 서사 구조를 완벽하게 만든 OST
<겨울왕국>의 OST는 모든 곡들이 세계적인 인가를 얻었습니다. 이유는 아마도 서사 전체의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는 안나의 설렘과 희망을 보여주는 곡으로, 엘사와 완전히 다른 성격을 나타냅니다. 이유도 없이 왕국에서만 은둔생활을 했던 안나는 창문 밖의 세계와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파티 등이 기대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음악의 빠른 리듬과 밝은 멜로디는 안나의 활동적이고 낙천적인 성향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엘사는 같은 곡 안에서 불안과 긴장을 표현합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자신의 마법으로 동생을 잃을 뻔 했는데 혹시라도 또 그런 일이 생길까 두려웠을 텐까요. 이렇듯 같은 순간을 서로 다른 멜로디로 구성함으로써 두 자매의 대비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점은 영화의 뛰어난 음악 연출 중 하나입니다. 또한 결말에서 ‘Vuelie’와 함께 울려 퍼지는 합창은 엘사의 힘이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정리합니다. OST는 캐릭터 감정, 세계관, 메시지 모두를 통합하며 서사적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장면마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감정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끌고, 관객은 음악을 통해 안나와 엘사의 감정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 <겨울왕국>은 음악이 캐릭터의 감정, 서사적 전환, 메시지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OST 하나하나가 서사의 중요한 순간을 담당하며, 캐릭터의 감정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거죠. 특히 엘사의 내면 변화를 음악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든 핵심 요소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겨울왕국>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OST에 있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