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내일의 전쟁(The Tomorrow War)> 리뷰, 외계인 침공을 대비할 수 있는 무기는 ‘타임 점프(Time Jump)’?

영화 <내일의 전쟁(The Tomorrow War)>은 2021년 크리스 맥케이 감독이 연출하고, 크리스 프랫이 주연을 맡은 SF 액션 영화입니다. 영화는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을 그린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시간 이동(Time Jump)’이라는 과학 개념을 활용해 인간의 운명과 과학 기술의 윤리적 한계를 동시에 다룹니다. '시간'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사람이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인류의 기원부터 시작된 건 아닐까요. 영화 속 인류는 미래에서 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지키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이 가진 놀라운 힘과 위험성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미래에서 온 군대, 그리고 30년 후의 전쟁
2022, 평범한 생물학 교사이자 전직 군인이었던 댄 포레스터는 크리스마스 파티 도중 TV 생중계를 통해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축구 경기 도중 하늘이 갈라지고, 미래에서 온 군인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2051년에서 왔습니다.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30년 후의 미래, 인류는 화이트 스파이크(White Spikes)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에게 거의 전멸당한 상태입니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와 힘, 그리고 강한 생존력을 가진 괴물들로, 인간이 가진 어떤 무기에도 쉽게 죽지 않습니다. 미래의 인류는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 ‘타임 점프(Time Jump)’ 장치를 만들어 현재의 사람들을 미래로 보내 싸우게 됩니다. 댄은 자신도 징집되어 미래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딸 머리와 재회하게 됩니다. 놀랍게도 머리는 미래에서 과학자로 성장해, 외계 생명체를 멸망시킬 백신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생물학 교사인 아빠의 영향을 받은 거겠죠.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인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영화 속 시간 이동의 과학 원리
영화의 핵심 기술은 바로 타임 점프(Time Jump) 장치입니다. 이 기술은 특정한 시간대 두 지점을 ‘고정된 연결’로 이어, 인류가 과거에서 미래로, 혹은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듭니다. 영화에서는 2022년과 2051년 두 시점만 연결되어 있으며, 두 시점 모두 28년의 차이를 두고 서로 동일한 시간대에 존재합니다. 즉, 현재의 하루가 지나면 미래에서도 하루가 지나가므로, 일종의 ‘평행 시간대 연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실제 물리학의 웜홀(Wormhole) 이론과 유사합니다. 웜홀은 시공간의 두 점을 연결하는 ‘터널형 구조’를 말하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유도된 가설적 개념입니다. 만약 인류가 웜홀을 인공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영화처럼 특정한 시점으로 사람이나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과학 기술로는 웜홀을 만들거나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없으며 그 안에서 생명체가 무사히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즉, 영화 속 타임 점프는 매우 과학적인 상상력이지만, 현실에선 아직 실현 불가능한 영역에 속합니다.
유전자 백신과 생물학의 응용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과학 기술은 유전자 기반 백신입니다. 미래의 머리 박사는 화이트 스파이크의 DNA를 분석해 그들의 번식 시스템을 차단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합니다. 이 백신은 단순히 병원체를 죽이는 약이 아니라 생명체의 유전적 구조를 변화시켜 생존 메커니즘을 무력화하는 방식입니다. 즉,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을 활용한 생물학적 무기이자 치료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실제로 현대 과학에서도 ‘CRISPR-Cas9’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CRISPR 기술은 DNA의 특정 부분을 자르고 수정할 수 있는 기술로 질병 치료나 생명체 개량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백신 개발 장면은 이러한 실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극적인 긴장감을 주기 위해 현실보다 빠른 속도로 결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머리 박사가 말하듯, “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명 구조를 멈추게 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매우 과학적이며 동시에 윤리적인 접근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괴물의 ‘모성체(Queen)’를 찾아내 백신을 투입하려는 시도는 생태학적 관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대부분의 군집형 생명체는 여왕 개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개체를 제거하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이러한 접근은 곤충학이나 바이러스 연구에서도 자주 쓰이는 방식입니다. 즉, 영화 속 과학은 허무맹랑한 공상이라기보다 실제 생명과학의 원리를 극적으로 확장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만들어낸 전쟁과 인간의 선택
<내일의 전쟁>은 과학이 가져온 희망과 동시에, 과학이 불러온 파멸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타임 점프'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는 미래를 구할 수 없었겠지만, 동시에 이 기술이 새로운 재앙을 부른 셈이기도 합니다. 댄은 결국 미래의 백신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와 외계 생명체의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없애 인류의 미래를 바꾸게 됩니다. 이는 ‘과거의 선택이 미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참 다행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더 깊은 의미는 “과학은 언제나 인간의 의도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간 이동 기술이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윤리와 판단이 잘못된다면 결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백신이나 유전자 조작 같은 기술도 ‘누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과학은 도구일 뿐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의 힘, 그리고 인류의 책임
이 영화는 단순히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 과학 기술이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 때 마다 현재의 과학 기술이 훨씬 발전했다는 전제하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것도 좀 난감할 것 같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사라지는 또 다른 것들도 있을 테니까요. 물론 영화에서는 침략하는 외계 생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것이 주 된 내용이지만 말이죠.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미래 전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과학은 인류를 구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댄과 머리의 이야기는 과학의 본질을 다시 묻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싸운다면, 과거의 우리부터 바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죠. 하지만 바르게 산다는 것 또한 엄청 어려운 일이긴 해요.
영화 <내일의 전쟁>은 스펙터클한 액션과 함께, 과학이 가진 책임과 인간의 도덕적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현실의 과학이 점점 영화 속 세계에 가까워지는 지금,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우리는 내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