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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기버〉, 기억을 지운 세상에 진짜 인간은 어디에 있습니까?

영화 리뷰하는 앨리스 2025. 10. 7. 15:58

영화 〈더 기버(The Giver, 2014)〉는 로이스 로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철저히 통제한 미래 사회를 그립니다. 감독 필립 노이스는 이 설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무채색 세상에서 색을 되찾아가는 한 소년의 여정’을 깊이 있게 풀어냈습니다. 흔한 SF 액션이 아닌,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은 성장 서사이자 인간성에 대한 성찰의 영화입니다.

전쟁도, 범죄도, 차별도 없는 완벽함에서 출발하는 영화

영화 속 세계는 전쟁도, 범죄도, 차별도 없는 완벽한 사회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매일 정해진 약을 복용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기후는 조절되며, 직업은 사회가 배정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이상적인 질서지만, 그 안에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사랑’,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을 모릅니다. 색깔조차 사라졌으며, 모든 기억은 단 한 사람에게만 맡겨집니다. 바로 ‘기버(The Giver)’입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기억을 저장하고,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주는 인물입니다. 기억전달자.. 그의 사명은 바로 기억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억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선택된 소년, 조나스. 그는 기버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전수받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사랑의 따뜻함, 눈의 차가움, 전쟁의 공포 같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의 세상은 점점 ‘색’을 되찾습니다. 영화 초반의 흑백 화면이 점차 컬러로 변하는 연출은, 감정이 되살아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색깔의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영상 효과가 아니라, 감정을 되찾는 인간의 각성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고는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감정이 사라진 사회는 안전하지만, 진짜일까?

영화 〈더 기버〉의 세계는 ‘안전’을 위해 ‘감정’을 포기한 사회입니다. 그들은 고통을 피하려고 사랑까지 지워버렸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닙니다. 조나스는 점점 사회의 모순을 깨닫습니다. ‘방출’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이나 불필요한 아이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며, 완벽해 보이던 세상이 사실은 생명을 통제하는 냉혹한 시스템임을 알게 되는 거죠. 사람의 존재를 '필요'와 '불필요'로 나누는 냉혹한 사회. 그렇게 만들어진 '평화'가 참된 평화인지 물어봤을 때 답은 '아니오'라고 명확하게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버에게 묻습니다. “왜 사람들은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한 건가요?” 기버는 말합니다. “그들이 고통을 잊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고통이 없다면, 기쁨도 존재할 수 없단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인간의 감정은 고통과 기쁨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짜’가 됩니다.

기술로 통제되는 기억의 과학에 반란을 일으키는 인간

영화에서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마치 ‘정보 데이터’처럼 이전 세대로부터 전달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조나스가 기버의 손을 잡는 순간, 그 기억은 전기 신호처럼 그의 몸속으로 흘러듭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보면 ‘기억 전송(memory transfer)’의 개념과 흡사합니다. 실제로 현대 신경과학에서도 ‘기억을 조작하거나 주입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극을 통해 해마(hippocampus)를 자극하면, 특정한 감정이나 반응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더 기버〉는 이러한 과학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이 인간의 감정까지 조종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합니다. 기술은 분명 인간을 보호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결국 조나스는 통제된 사회의 진실을 견디지 못하고, 울타리 밖으로 탈출을 결심합니다. 그는 모든 기억이 다시 세상에 흘러가기를 바랐습니다. 기억이 사람들에게 돌아오면, 고통도 함께 돌아오겠지만, 사랑과 행복 또한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나스는 눈 덮인 언덕을 오르며 눈발 속에서 썰매를 타는 환상을 봅니다. 그곳에는 과거의 기억처럼 따뜻한 불빛이 있습니다. 이것이 실제인지 환상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간의 ‘희망’만큼은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통제된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불완전하더라도 스스로 느끼고 선택하는 자유임을 말입니다.

<더 기버>의 미래, 혹시 지금은 아닐까?

〈더 기버〉의 세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감정을 예측하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결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더 기버’의 사회처럼 우리는 점점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세계’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신혹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과정을 즐기는 재미가 사라진 그런 시대라고 할 수 있죠. 감정이 통제된 사회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은 진짜로 느끼고 있습니까, 아니면 시스템이 대신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조나스에게만 던져진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기술과 함께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더 기버〉는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한 스케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대신,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기억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정체성, 사랑, 선택, 후회, 그리고 성장의 기록입니다. 감정을 잃은 사회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 없는 세상’입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기에 아름답다고. 그리고 기억할 수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영화 &lt;더 기버&gt;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감정을 예측하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결정하는 시대의 편리성이 '감정'까지 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경고한다.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는 '감정을 잃은 사회'가 슬픔, 후회 등과 같은 감정이 사람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과정임을 알려준다.